경기 하남에는 철새들의 낙원 한강이 있다.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전경 이미지 출처= 하남시청]

하지만 요즘에는 하남시 도심 한복판도 인간 정치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고 있다.

제21대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정치권 자리 이동의 계절이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선거철이다.

기존 1명에서 2명을 뽑는 분구가 확정되면서 중앙정치의 고질적 구태인 인간 철새들의 정치 행태가 하남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이익만을 쫓아 자신의 당선을 위해 하남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이른바 인근 철새 정치가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런 철새정치인들이 과연 무얼 믿고 하남으로 속속 몰려드는지 사뭇 궁금해한다.

'과거·당적·염치'를 불문하고, 이길 수만 있다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명분 없는 정치권의 '철새정치인'들에 대해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요즘 하남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등 너도나도 얼굴 알리기에 문턱이 닳을 정도다. 그러나 이중 하남에서 한 번이라도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게 갑자기 낙하산처럼 하남시에 투하돼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치인들은 약 50%에 이른다.

이들이 내민 명함에는 전직 청와대 근무, 고위직 공무원, 기자, 전 언론인 석·박사, 교수 등 면면도 다양하다.

일단 정치철새 현상은 제 살길을 위해 보다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하남은 개청 34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공공택지개발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구성돼 4곳의 신도시를 보유한 수도권의 대표적 기초자치단체다.

과거 단체장은 물론 국회·시·도의원들도 상당수 이런 식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출신 지역, 낙하산 공천 등 어느 한두 가지 조건만 부합해도 쉽게 금배지를 거머쥘 수 있는 이들에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지역 사회에서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의 행태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키우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선택마저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민들이 이들에게 유난히 신뢰감을 주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떻게든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혼탁한 선거판에서 뒷거래가 적발돼 영어의 몸이 되는 사례를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많이 보았고 그 행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선출직에 당선돼 유권자들에게 검증을 받았던 철새 후보자가 있다면 자면경으로 자신의 참 모습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그런 용단을 내렸을까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

그들이 선출직으로 재임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공직을 수행해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판단과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신념도 없이 기회와 권력만을 아는 철새정치인에게서 대표성이나 책임정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로 그 피해는 모두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치철새의 명분이 합당한가 아닌가에 대한 대답, 즉 시민이 정치철새에 얼마나 관대할지는 오는 4월 10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