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입지자들의 무분별한 ‘현수막 정치’로 경기 하남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회의원 출마예정자들이 유동 인구나 차량 통행량이 많은 주요 도로변과 인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치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일 주민들에 따르면 내년 총선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입지자들이 명절이나 중앙당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을 무분별하게 게첨하면서 단속기관인 하남시가 민원에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추석을 맞아 게첨한 일부 현수막의 경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문구로 채워졌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사진과 직위, 경력을 넣으면서 인지도 올리기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는가 하면 보행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제22대 총선 선거구 조정을 위해 상한 인구를 초과한 하남시 등에 대해 분구를 검토하면서 갑·을 등 지역구를 노리는 입지자들의 수만 10여 명 이상이다.

갑 선거구로 예상되는 천현동, 신장1동, 신장2동, 감북동, 감일동, 위례동, 춘궁동, 초이동, 덕풍1동, 덕풍2동, 덕풍3동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다 보니 이 지역을 노리는 국민의힘 소속 출마예상자들만 3명 이상이 현수막을 게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한 미사강변도시(을 선거구 예상)는 30~40대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민주당과 정의당 등 출마예상자 사이의 치열한 전장이 되면서 이름과 사진이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을 게첨하고 있다.

이들이 게첨한 현수막은 1인당 적게는 20~30개부터 많게는 50~60여 개로 1장당 7~8만 원을 지출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당초 현수막은 원래 '옥외광고물법'의 적용을 받아 반드시 해당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정해진 장소에 게첨해야 하지만 지난 2022년 6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은 적용 예외 대상이 됐다.

행정안전부 설치 가이드라인은 특정인의 이름을 표시할 수 있는 경우는 현직 국회의원이나 여당의 당원협의회, 야당의 지역위원장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이 아닌 각 정당이 지출하는 예산으로 제작,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거치기간인 14일이 지나면 각 정당에서 회수해야 하지만 일부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이 모(49·남) 씨는 “총선을 앞두고 갈수록 무분별한 ‘현수막 공해’가 심각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속기관인 하남시가 대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현수막은 득달같이 철거하면서,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은 눈감이 주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