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우 모(35·남)씨는 하남지역 A은행에서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번호표를 뽑아들고 30여분이 넘도록 기다렸다.

우씨의 번호를 부르는 안내방송에 따라 은행 창구로 갔지만 은행직원은 "창구에서는 공과금 납부를 받지 않는다"며 "무인수납기를 왜 이용하지 않았느냐"는 불친절한 태도에 하루 종일 불쾌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무인 수납기를 이용하려면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집에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를 받아 적었지만 처음 이용하는 그는 무인 수납기 이용이 처음인지라 사용방법을 몰라 은행 청원경찰에게 수차례 물어본 뒤 겨우 납부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양 모(43·여)씨도 친척에게  송금할 돈이 있어 무통장 입금표를 작성해 B은행 창구로 갔지만 은행직원은 "현금자동 입·출금기(ATM)기에 보면 계좌 이체를 하는 메뉴가 있다"며 "창구에서 해도 되지만 수수료가 ATM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결국 할 수 없이 현금자동 입·출금기로 가서 돈을 송금할 수밖에 없었다.

하남지역 시중은행들이 공과금 수납에 대해 자동화기기를 이유로 무인 수납기의 이용을 강요해 계좌이체 수수료를 턱없이 높게 받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다른 은행 계좌로 무인 수납기를 이용토록 강요하며 수수료까지 챙기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은행의 창구를 이용해 계좌를 이체할 경우 드는 수수료는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할 때에 턱없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과금 수납시 해당 은행 신용카드가 없을 경우 현금을 통장에 넣었다가 직불카드로 다시 납부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창구 납부보다 무인수납기를 강요하는 이유는 지방세와 세금의 경우 수수료가 적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노약자 등 공과금 수납기 사용이 어려운 고객들에 대해서는 고객서비스 차원이나 은행 이미지 제고차원에서라도 창구에서 공과금을 처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