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5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 한후 직장에서 한두 푼 벌어 아이들 학비에 보태 보려고 노점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정국이 지나가니 에 경기침체까지 힘든 지경입니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경기 하남시 신장사거리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A씨(여)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일대를 독점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궂은 날씨와 싸우며 벌어들이는 하루 10만∼15만원의 쏠쏠한 수입은 조씨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봄부터 구시가지 주변에 하루가 다르게 경쟁 노점상들이 급속히 늘면서 벌이가 절반이하로 줄었다.

경기 불황시 나타나는 대표적 업종인 호떡, 붕어빵, 어묵을 개당 700∼800원에 파는 노점상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바늘구멍이 돼 버린 취업과 명퇴에 실업자들이 노점상을 '길거리 창업'으로 소화하며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점상 경력 10년째라는 김모(남)씨는 "하루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최근에는 그나마 손님 구경하기조차 힘들 정도"라며 "코로나 정국으로 힘들었는데 경제한파와 시청의 단속으로 하루 팔아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네 노점상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떡볶이와 핫도그, 오뎅을 팔고 있다는 50대 아주머니는 "혼자 영업을 할 때는 짭짤한 수입 덕에 빠듯하기는 했지만 자녀교육은 물론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됐었는데 이젠 경쟁노점들이 늘어나면서 금년에는 수입이 30% 이상 급감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불황에 청년·명퇴 실업자 창업 급증
좁은 '길목'서 생존경쟁 날로 치열해져 
 
취업대란 속에 학력도, 능력도 필요 없는 노점상 개업이 샐러리맨을 꿈꾸는 수많은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인 셈이다.

최근엔 리어커 형태의 구 모델에서부터 이동이 편리하도록 소형트럭을 개조해 판매에 나선 새로운 모델까지 등장하며 하남시 길목 길목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신장사거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한 노점은 이제는 20여 군데로 불과 반경 300여m의 좁은 상권을 놓고 시민들의 통행로에 자리를 차지한 채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2차선 차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같은 업종(호떡)끼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덕풍시장 주변의 경우 품목은 다르지만 직선거리로 5∼6m 떨어진 가까운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3군데의 노점상이 품목만 달리한 채 나란히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노점상간 사소한 시비는 물론 노소간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 '없는 자'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단속. 야속한 시청 공무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노점상이 불법인데다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다른 상인들의 민원도 무시할 수 없어 단속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생계형인지라 법만 내세울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주민 홍모(53·하남시 신장동)씨는 "도로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노점상들을 생계수단 차원에서 보면 불법영업일지라도 일부분 이해가 되지만 지킬 것은 지켜가며 장사를 해야지 도로까지 점령해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안된다"며 "이들 노점상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는 것 같은데 관계당국에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