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 사회는 과연 정의로운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자 30만 명의 고통

무엇이 G, S, H 3개 단지 주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완벽하게 갈라놓았을까?

10년 공공임대는 당장 목돈이 없어도 10년 동안 임대료만 지급하고 거주하다가 10년 동안 돈을 모아 분양전환을 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기 때문에 계층상승을 기대한 사람들의 일종의 출구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취약계층의 주택마련을 지원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하남시의 G 단지와 S 단지 주민들은 3억 원대 초중반에서 살던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전환 받았는데, H 단지 주민들은 6억 원대 중반에 분양전환 받아야 한다. 무엇이 하남시 G, S, H 단지 주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완벽하게 갈라놓았을까? 똑같이 ‘공공택지’에 조성된 단지인데 말이다. 

2020년경 판교의 예처럼 H 단지 주민들에게도 감정평가액의 40%를 선납하고, 나머지 60%를 10년 거치로 일시 납부하되 매년 1~2%의 이자를 부담하도록 하는 등 나름 편의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H 단지 주민 모두가 6억 5천만 원의 40%인 2억 6천만 원을 선납하고, 나머지 60%인 3억 9천만 원을 10년 거치 일시 상환할 여력이 있을까? 3억 9천만 원에 3%대의 이자율을 적용한다면 분양전환자들은 10년 동안 10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만일 목돈을 납부하지 못하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 

감정평가액이라는 LH 발(發) 폭탄을 안고 사는 그들이 혹시나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G 단지 입주민은 바로 분양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계층으로 추정되고, H 단지는 10년 동안 자산을 축적해야 분양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계층이 입주해 있는 H 단지의 주민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하는 10년 공공임대가 과연 존 롤스의 정의론에 부합하는 정책일까?   
  
전국의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현황과 판교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대 투쟁

하남시 미사지역에는 H 단지 외에도 10년 공공임대 단지가 3개나 더 있다. 이들 단지들도 H 단지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사지역의 10년 공공임대 단지의 가구 수는 3,956호이다. 감일지구 1,422호를 더할 경우 하남시 전체적으로 5,378호나 되고, 그에 영향을 받을 시민들은 1만 7천명에 근접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2018년 8월 CNB뉴스가「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집계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2020년 8월 기준 156개 단지, 약 10만 호다. 한 세대의 구성원이 3명이면 30만 명이 넘는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10년 공공임대 주택의 분양방식 개선’을 공약했지만 분양방식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10년 공공임대 정책 자체의 폐지로 이어졌다.

문재인 (前)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시절 10년 공공임대 주택의 분양전환 방식을 개선하겠다. 하지만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공약집에 “1. 내집 없는 서민들이 싸게, 안심하고 거주하는 공적 임대주택을 매년 17만호씩 공급하여 집 걱정을 덜어 드리겠습니다.「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방식 개선」”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지 1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 계약내용을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앞서 분양전환 한 수분양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공약이행의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성남시 판교의 10년 공공임대 단지에서부터 집단행동이 시작되었다. 판교의 한 주민은 CNB뉴스에 “10년을 버티면 내 집이 생긴다는 꿈을 안고 견뎠는데 결국 3억짜리 집을 10억에 사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할 정도로 주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그런데 판교에서의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해결의 공신은 문 정부의 계속된 주택정책 실패였다. 시장원리에 반하는 주택정책으로 판교 집값이 또다시 폭등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은 해결된 것이었다. 

시세 10억 원의 판교아파트가 다시 15억 원으로 급등하자, 7~8억 원 수준의 분양전환 감정평가액이 시세의 50% 수준이 되었고, 이 때문에 판교지역 입주자들은 7~8억 원에 분양전환하고 그 집을 다시 팔아 시세 차익을 실현하고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결심을 쉽게 하게 된 것이다. 

하남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판교처럼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