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자 30만 명의 고통
존 롤스의 정의론(正義論)과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

송병선(宋炳善) 하남경제연구소장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그의 저서 정의론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인간 존엄 등 사회적 기본가치는 평등(平等)하게 배분되고,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사회·경제적 불평등(不平等)은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최대의 이익(利益)을 가져올 수 있도록 배분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2030년대까지도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가 갈등을 살펴보면서, 필자는 학창시절 암송했던 존 롤스의 정의론을 다시금 소환하고 싶다. 

10년 공공임대는 입주자가 임대료를 내고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10년 후가 되면 살던 아파트를 ‘감정평가액으로 분양받는 제도이고, 5년 공공임대는 5년 간 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후 ‘건설원가와 감정가의 평균가격’(사실상 분양가상한제에 해당)으로 분양받는 제도이다. 

양자는 모두 국가, 지자체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에서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고, 그러한 아파트에는 장애인,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5년 공공임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에 상대적으로 민원이 덜하지만, 10년 공공임대는 시세를 참조하여 결정되는 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 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을 때 입주자가 분양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도 아니면 모’식의 잘못 설계된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임대기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진다. 5년 공공임대와 달리 10년 공공임대의 경우에는 10년이 지난 후의 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폭등할 때에는 취약계층인 입주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폭락할 때에는 LH 등 임대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10년 공공임대는 윷판에서의 ‘도 아니면 모’, 영어로는 ‘All or Nothing’ 게임과 비슷하다. 1950년대에 미국 젊은이들이 즐겨한 ‘치킨게임’(game of chicken)과도 유사하다. 타협보다는 승자와 패자를 가를 수밖에 없는 게임과 같다. 

사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전형인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참여정부에서 시작되었고,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진 정책이다. 이 정책은 5년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 건설업자들이 임대주택 건설을 기피하자 처음부터 사회 취약계층인 입주자의 희생 위에서 민간 기업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입안되었다.  

하남시에 들어 선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H 단지의 기구한 운명

경기도 하남시 지하철 5호선 미사역 인근에는 아파트 이름에 ‘미사강변’이 앞에 붙어 있고, 똑같이 ‘공공택지’에 조성된 3개 아파트 단지가 나란히 붙어있다. 

<희비가 엇갈리는 지하철 5호선 미사역 인근의 G, S, H 등 3개 아파트 단지>

2016년 경 조성된 3개 아파트 단지는 일반분양 아파트(G 단지), 5년 공공임대 아파트(S 단지) 및 10년 공공임대 아프트(H 단지) 등이다. G 단지 입주민은 7년 전에 84㎡ 기준 3억 원대 초반(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분양받았다. 지금은 9~10억 원대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5년 공공임대인 S 단지는 2020년 말 감정평가를 받아 2021년 말까지 3억 원대 초반(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분양전환 되었다. 

하지만, LH가 입주 5년 만에 조기 분양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H 단지는 2023년 7월 1차 감정평가액이 84㎡ 기준 6억 원대 중반이어서 G 단지나 S 단지 입주민에 비해 3억 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만 현재의 아파트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다. 물론, 10년 만기가 되는 2028년에 분양받겠다는 입주민들의 경우도 그 이상의 부담을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