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하남은 다시 강남의 중심이 될까?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春宮洞)에 가면 조선시대 고등교육기관 광주향교(廣州鄕校)가 있다. 

춘궁동에는 서기 940년 고려 때부터 하남, 광주, 성남과 서울 서초, 강남, 송파 등을 아우르는 행정관청 광주목(廣州牧)이 자리하고 있었다. 광주목은 조선 세종 때부터 병자호란이 일어나 경기도청이 남한산성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도청 소재지의 역할도 했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춘궁동 일대에 백제 시조 온조왕이 처음 도읍으로 했던 하남위례성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뒤로는 남한산성, 좌로는 이성(二聖)산성, 우로는 객산에 둘러싸여 덕풍천이 있고, 앞에는 한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임을 고려할 때 초기 백제의 도읍이었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하남(河南)은 삼국시대부터 경기지역의 정치 행정의 중심지였고, 조선에 와서도 지금의 하남, 광주, 성남은 물론 서울 강남권을 아우르는 지방의 행정 중심지이자, 교육의 중심지였다. 

하남시 춘궁동 소재 광주향교. 조선 숙종 29년, 서기 1703년 광주관아 서쪽에 있던 광주향교를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개발연대인 1980년대 한강 수변의 저지대였던 강남권이 폭풍 성장을 거듭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를 써내려갔고 대한민국의 심장부로 부상하였지만, 하남은 변방에 머물러 왔다.
 
그런 하남이 최근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2014년 4월 14.6만 명에 불과하던 하남 인구가 2023년 4월 32.7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무려 2배 이상 증가하였고, 2020년 8월 지하철 5호선이 하남까지 연장된데 이어 지하철 9호선과 3호선의 하남구간 연장이 확정되었고, GTX D노선과 위례신사선의 연장도 추진되고 있다. 

세종-포천 간 및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하남은 고속도로만 5개가 관통하는 수도권의 교통요지가 된다. 앞으로 미사 아일랜드와 3기 신도시 교산지구의 개발까지 완성되면 하남은 지금가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만으로 과연 하남이 다시 변방에서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뭔가 2프로 부족한 것 같다. 

하남은 소프트웨어 파워 산업에 집중해야

하남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기 위해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해답은 소프트 파워라고 본다. 청소년 교육문제 해결이 하남의 첫 번째 숙제이다. 더 나아가 환경 친화적인 고부가 산업을 유치하여 베드타운 역할을 극복하고,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이 두 번째 과제이다. 

소프트 파워라는 말은 하버드대 조셉 나이(Joseph Nye) 교수가 처음 주창한 말이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군사력, 경제력, 자원 등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한 개념으로서 교육, 문화, 예술 등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국가의 힘을 말한다. 

지난 달 하순 미국에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나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윤 대통령은 “BTS, 블랙핑크, 미나리,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정부가 도와준 게 없다. 국가에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게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일”이라고 답했다. 

나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A학점의 답을 했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다. 하남에서 소프트 파워를 키워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그린벤트(GB), 수질규제, 문화재 규제 등 가시들이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작년 5월 지방선거에서 그러한 가시들을 뽑아내고 3조원이 넘는 민간자본(民間資本)을 유치하여 미사 아일랜드에 K팝 전용 공연장, 세계 수준의 영화스튜디오, 영상문화복합단지, 영상체험 테마파크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K-스타월드 공약(公約)을 제시했다. 

필자도 작년 10월부터 하남시 투자유치단의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관련 예산의 확보와 정책 조율 등 K-스타월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K-스타월드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부 사람도 있지만, 확실한 비전이 있고,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는 불가능이란 없다.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통하여 하남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K팝의 메카이자, 한류 산업의 중심이 되어 다시 강남의 심장으로 도약하고, 역사 속의 영예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하남시민, 공무원들과 투자유치단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을 때이다.

- 경력

▲하남시 투자유치위원
▲하남일보 자문위원
▲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차관보급)
▲전)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 예산실, 재정개혁국, 국고국 기획예산처 등에서 국.과장 역임. 
▲행정고시 30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