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결과로 답한다는 말이 있다. 의도나 과정이 그럴 듯해도 결과가 의도에 미치지 못하면 행정은 실패한 것이 된다. 다소 가혹하기까지 한 이 문장의 핵심은 행정은 어찌되었든지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남시 홈페이지엔 여러 시정들에 대한 의문점들을 해명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가 있다. 

그 중 미사강변도시 시민들이 오랫동안 요구한 과밀학급해소를 위한 학교부지선정 부분을 게재한 내용이 있는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그동안 과밀학급 개선을 위해 하남시 당국과 교육청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올려둔 부분이다. 탄식이 나왔다. 

지난 3년 반 동안 논란만 키웠을 뿐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벌거숭이임금처럼 자신들은 노력했다고 읊조린다. 그러고는 한쪽에선 ‘한 아이를 교육시키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어이없는 문장을 구사한다. 현실을 외면한 자리에 이상을 채우는 한심한 행정의 뒷모습이다. 이래서 되겠는가?
 
전국적으로 부러워한다는, 때문에 이제는 하남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미사강변도시에 입주가 시작된 지 거의 10년이 지난 아직도 왜 과밀학급이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가. 

땅장사에 눈이 멀어 도시를 온통 오피스텔로 채워버린 LH도, 주어진 권한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시 당국과 교육청도 책임소재만을 따질 뿐 끝없는 증축과 논쟁의 시간에 속앓이만 깊어진 학부모와 우리 아이들의 상처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각설하고, 지금까지 학부모나 언론, 그리고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더이상의 과밀학급을 막기 위해 미사에 우선 중학교가 만들어져야 하며 2025년엔 개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시 당국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가장 빠른 방식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 없는 책임논란을 더 이상 키우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을 과밀학급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올 2월이 지나기 전에 풍산동 537번지 게이트볼장 인근에 위치한 미사숲공원 일대를 중학교설립을 위한 부지로 시급히 선정해야 한다. 

혹시나 있을 상대지역 내에 상인들의 소송을 포함한 법적인 요소를 따지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직 중학교 설립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정방향을 당장 선회해야만 한다. 이미 교육청도 시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둘째, 시와 교육청, 그리고 중학교설립을 요구한 시민단체가 동수로 참여하는 ‘미사 과밀학급해소를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중학교설립이 완료될 때까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위원회로 활동하게 지원하는 일이다. 

향후 학교설립 과정에서 맞게 될 수많은 문제, 예를 들면 주변상인들을 설득하는 등의 갈등해소는 관 주도가 아닌 민관 거버넌스가 풀어가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며 지난 시간동안 미사시민들이 시와 교육청 당국에 쌓아온 불신도 위원회 활동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셋째, 풍산동 562번지에 있는 고4부지에 고등학교 설립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이번 과밀학급문제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의 하나는 때를 놓치면 고통은 길어진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달리 지자체 전체의 학교상황과 과밀여부를 검토해야 한다지만 더 이상의 학교문제가 지역문제가 되고 갈등과 불신의 매개체로 쓰이는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민관 모두가 나서서 고4부지에 고등학교 설립을 이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의 소리에 있다. 불이 났으면 불 끄는 것이 우선이지 어떤 방법으로 끌지를 다투다가는 모두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이번 과밀학급문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도 시 당국이 현장의 소리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전 하남시장 오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