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향에 가고 싶지만 돈이 있어야지요."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2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일찍 다가온 올 추석은 놀기에도 부담이 되는 연휴(?)란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다.

올 물가가 턱없이 오른 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끊기면서 버는 돈은 지난해에 비해 낳아진 것이 없어 이들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고향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9월1일자로 공표한 '2013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임금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 관련 145개 일반 공사 직종 평균 임금은 전체 117개 직종의 일평균임금은 전반기에 비해 4.7% 상승한 14만8380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하남지역의 경우 지역 건설 분야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공사현장에 공급되는 단순노무직의 노임은 평균 7만원에서 기능공의 경우 최고 17만원 수준이다.

또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단순노무직의 평균 노임은 대략  ▲전기, 방수공·설비공 10만∼12만원, ▲콘크리트공 9만원 ▲형틀목수 13만원 ▲타일공 12만원 ▲미장공, 철근공 13만원, 인테리어 목수 17만 원 등의 수준이다.

특히 하남지역 건설현장에서 가장 높은 일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실내 인테리어 목수나 타일공의 경우에도 최고 17만원 수준인 전국 평균보다 15%가량 낮은 일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순수입을 놓고 볼 때, 한 달 20일 건설현장투입을 기준으로 수입은 고작 150여만 원으로 대부분이 추석 휴가는 고사하고 매달 기초생계비로도 부족하다는 게 건설일용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김모(58)씨는 "한 달 내내 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일거리가 없거나 비·눈이 와서 놀고 여름엔 힘이 들어 하루 버티기도 정말 죽겠다"며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사는 데도 요즘엔 삼겹살 한번 집에서 제대로 구워 먹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설날과 더불어 민족의 고유명절인연중 가장 풍성하다는 수확의 계절의 추석이지만 대다수의 건설노동자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12년째 새벽시장을 찾고 있다는 신모(55) 씨는 "일부 건설일용 노동자들의 경우 일거리가 없어 끼니를 거르는 사람도 있다"며 "여름철의 경우 더위를 먹어 주위엔 몸이 아파 굶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존심 때문에 속으로만 삭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계수치상 건설일용 노동자의 임금은 해마다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건설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문을 닫는 건설사들로 인해 피해가 고스란히 하청업체와 노동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지역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인력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하자 건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소규모로 건설인부를 쓰는 바람에 혼자서 2명분의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건설노동자 조모(48)씨는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음식이라도 나누고 친구들과 한잔 하려면 한 달 동안 번 돈으로 나선다"며 "갈수록 일감이 떨어져 매일처럼 인력시장에 나가 일감을 구해 보지만 지금 같아서는 희망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 별 생각 없이 일하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남지역에서 15년간 건설업을 했다는 이모(60) 대표는 "건설경기 침체로 일거리와 매출이 해마다 10~20% 정도 줄고 있다"며 "하남지역의 경우 IMF 때 보다 더 심해 새로운 일 찾기도 힘들고 원청으로 부터 공사를따내는 게 목적이어서 어떨 때는 손해 보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추석이 코 밑으로 다가왔지만 공사대금 지연과 분양률 저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며 "최저가 낙찰제 등 공사단가를 낮추려는 정부와 원청의 지침 때문에 회사를 이끌어 가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장동에서 인력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1) 대표는 "하남지역은 미사강변도시 등 메이저급 건설사들이 중심이 된 아파트 등 대형 아파트 공사가 많은 편이지만  이들 현장 대부분은 대기업의 하청기업들이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며 "지역의 상가, 연립, 원·투룸, 빌라 등소규모 건축경기가 위축되면서 지역 건설노동자들의 일당과 인력 수급은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