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2010년부터 전동 스쿠터를 타고 있는 조모(63·하남시 덕풍동) 씨는 지난해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신장동에 위치한 A의원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조씨가 치료를 받으러 가려면 전동 스쿠터를 타고 교통량이 가장 많은 구도심을 거쳐야 한다는 것.

조씨는 도로로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도로를 다니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인도로 다니다 보면 보행자들과 부딪히기 일쑤고 각종 장애물도 널려있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로로 다니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사례2.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47·하남시 신장동)씨는 운행 중에 전동 스쿠터나 자장면집 배달 오토바이를 보면 신경이 곤두 선다.

경적을 울리거나 각종 곡예 운전을 일삼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도 문제지만 최근 장애인들을 위한 전동 스쿠터 보급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도로의 무법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씨는 “일부 장애인들의 경우 차로는 물론 중앙선을 넘나들며 교통체증 유발하기도 한다”면서 “전동스쿠터의 경우 작아 트럭이나 버스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도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 사이를 통과해 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대범함까지 보이고 있다"며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부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내세워 오히려 운전자를 몰아세우기 일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전동스쿠터가 증가하면서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장애인들의 경우 높은 턱이나 상점 물품 때문에 인도 주행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도로를 질주하고 있어 도심 통행 안전에 대한 빨간불이 켜졌다.

9일 지역 장애인단체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월부터 장애인 보장구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동스쿠터 등을 타고 보행하는 장애인들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도로를 점령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사고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또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보행자로 분류, 도로에서 주행할 경우 '차도 보행 및 차도에서의 차 잡는 행위'(제8조 제1항)에 해당돼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일정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동 보장구 구매 시 안전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일부 인도의 턱이 놓아 전동스쿠터 이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A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인도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건이 되더라도 보행자와 부딪치는 등의 사고 위험 때문에 장애인들이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나가는 것 같다"며 "도로에서 타고 다니면서 크고 작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내 부모나 형제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