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 20분 하남시에 위치한 미사리경정장은 채 2분도 안 되는 짧은 승부에 7000여명의 이용객들이 뿜어내는 탄성과 함성에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장내는 열기와 소음으로 달아올랐다.

첫 번째 레이스가 펼쳐진 이날 이용객들의 대부분은 남성들이 주를 이뤘으나 여성들도 쾌 많이 관람 동을 차지하고 있었고 때론 가족이나 연인처럼 보이는 커플들도 보였다. 이들은 자신이 배팅한 선수들을 응원하고함과 입에 담지 못할 욕소리까지 아귀다툼처럼 요동을 쳐 정신조차 혼미했다. 그러나 레이스가 끝나자 불처럼 번졌던 열기는 간데없고 깊은 한숨 소리만 경정장의 주인 노릇을 했다.

경정은 6명의 선수가 1주회 거리 600m 경주수면을 3바퀴 돌아 순위를 가리는 모터보트 경주로 배팅금액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10만원이다. 경정은 정지된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고 질주상태에서 정해진 시간(1.5초)안에 출발선을 통과하는 플라잉스타트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순위경쟁이 벌어지고 조용했던 경기장은 순간의 뜨거움과 장시간의 차가움이 교차했다.

1경주에 걸린 배팅금액은 2억 4452만원으로 경주가 끝나면 바로 희비가 교차되고 이용객들은 1층에 마련된 예상지 판매소를 통해 책자를 구입한 뒤 다음 경주에 배팅할 선수를 고른다.

50대 남자는 "경정·경륜이 열리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동안을 경기장에서 살다시피 한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지말자고 다짐해보지만 매주 수요일만 되면 면 발걸음이 미사리로 향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앉아 있던 60대 여성도 "남편이 출근을 하면 소일거리로 이곳을 찾는다."며 "아이들이 주는 용돈을 모두 이곳에서 없앤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화를 하는 사이 다음 두 번째 경주가 시작됐고 경정장 열기는 다시 불꽃처럼 타올랐다.

1층 매점에서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던 택시기사 복장의 아저씨도, 건설노동자로 보이는 40대 중년도, 말쑥하게 차려입은 30대 연인들도 모두 경주 장으로 눈을 돌렸다.

자리를 옮겨 1층 야외 관람석으로 돌아갔다.

이곳 관람석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300여명의 이용객들이 마치 자신이 경주를 하는 것처럼 선수들을 향해 연신 고함을 지르며 응원을 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총매출액은 19조6726억 원으로 2012년 19조5443억원 대비 0.7% 증가했다. 환급금을 제외한 순매출액(실 고객지출액)은 8조4091억원으로 2012년 8조2315억원 대비 2.2% 늘었다.

이중 경정 매출액은 6923억원으로 연간 330며만명의 남녀노소가 미사리 본장과 17개 장외지점을 찾아 경주를 즐긴다

경주가 끝나자 조금 전에 만난 50대 남자는 "오늘도 대박 잡으려다 남겨 두었던 택시비까지 다 날렸네"라며 경주권을 조각조각 찢어 바닥에 던졌다. 그런 후 이제는 흡연실이 된 가족실로 들어가 담배를 피우며 다음경주를 기다렸다.

오후 6시 30분경 이날의 마지막 경주가 끝난 후 객장은 몇 시간 전까지 '대박 티켓'이었던 경주권과 구매표가 전장의 시신처럼 널부러져 있었고 매 경주마다 수억원의 매출과 배당금약을 비췄던 대형 스크린은 다음주 수요일을 기다리며 덩그러니 경주장 위에 걸려 있었다.

60대의 한 이용객은 "도박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매주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은 어쩌다 한번 잡는 '극도의 쾌' 때문"이라면서 "경정장 외에도 경륜·경마 등에 본격적으로 맛을 들이다보니 남은 것은 빚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감위 한 관계자는“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도박에 쉽게 빠져들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법적·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