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폐지를 주워 팔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아 앞으론 이 짓도 못하겠어."

10일 오전 10시 하남시 신장동의 한 고물상.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고철·파지 등을 수집하는 이모(85·하남시 신장동) 할머니가 한 고물상에서 구부정한 허리로 폐지를 추스르며 한숨을 짓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자식들의 생활이 넉넉지 않아 5년째 혼자 살고 있는데 파지를 줍는 노인들이 부쩍 늘어난 데다 가격도 너무 떨어져서 쌀 사기도 힘들다"며 "오늘도 유모차로 5번을 가득 차를 싣고 왔지만 3000원 밖에 못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당 150원까지 하던 폐지는 경기한파의 영향으로 최근 제지회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당 30~40원까지 내려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덕풍동의 한 고물상에서 전기선 피복을 벗기던 최모(79·하남시 덕풍동) 할아버지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폐지 한 트럭을 싣고 가면 20만~30만 원까지 받았는데 지금은 5만원도 주질 않는다"며 "폐지 값이 바닥을치고 있는데다가 이제는 고물상도 환영하지 않는다" 불만을 토로했다.

폐지, 고철  등을 수집하는 고물상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하루하루 생계를 연명하던 노인들도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춘궁동에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고물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신문과 박스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한 고물상을 찾은 정모(83·하남시 춘궁동) 할머니는 이틀 동안 폐지를 리어카에 가득 모아 고물상에 팔았지만 손에 쥔 것은 고작 2500원이 전부였다.

정 할머니는 "다리와 허리가 너무 아픈데도 병원에 갈 여유가 없어 답답하다"며 "라면 값도 너무 올라 이 돈으로 몇 봉지 사면 그만"고 손사래를 쳤다.

하남시의 경우 80여 곳의 고물상에 최소 1000여명 이상의 노인들이 주운 폐지 등을 팔며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생활은 물론 안전대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고물상의 경우 행정당국에 영업신고를 하고 있지만, '고물상'이 아니라 '자유 업종'으로 분류돼 정확한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

다만, 하남지역에는 대략 80개의 고물상이 영업 중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지, 고철 등을 수집해 고물상에 파는 노인들과 수집인들이 숫자는 최소 2배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하지만 폐지를 줍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노인인데다, 자전거나 손수레를 이용해 폐지 등을 수집하기 위해 인도가 아닌 도로로 통행하거나 무단행단, 역주행 등을 하다 보니 사고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A고물상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폐지와 고철을 모아서 팔면 한 달에 못해도 80만~90만 원까지 벌 수 있었다"며“폐지 등을 가져오는 노인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와 거래하는 노인 수를 근거로 하면 최소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