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할 수 없지,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노인네들이 다 주워가….”

최근 지속하는 경기침체와 일찍이 찾아온 추위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길거리 노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새벽부터 골목길을 누비며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극빈층 노인들의 올해 겨울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하남지역의 새벽 최저기온이 8도를 웃도는 5일 이 모(75) 할머니는 신장 전통시장 인근 주택가에 버려진 재활용쓰레기 봉투를 뒤져 나온 종이를 줄로 묶어 자신의 리어카에 실었다.

폐지수집을 직업으로 하루를 생활하는 이 할머니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11월의 추위는 생계를 위협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몸이 좋지 않은 데다 일찍 찾아온 추위 속에 리어카를 끌기 어려워졌고 그나마 인적이 드문 새벽과 저녁에만 움직이다 보니 수집하는 폐지는 평소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때 가격이 좋아 고물상에서 하루 평균 1만~1만 5000원까지 받았던 폐지는 최근 5000원 밑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요즈음은 이마저도 벌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추위를 무릅쓰고  폐지를 줍다 보니 걸음겁기도 힘들만큼 급격히 나빠진 건강도 이 할머니에게는 큰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다리가 아플 때면 주택가 계단에서 잠시 쉬기도 하지만 통증은 그때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추위 속에 몸을 맡기면 통증은 되풀이된다.

몽을 움츠리게 만드는 추위 속에서 이날도 이 할머니는 자신의 집인 신장동 홈플러스 인근에서 동부주유소까지 1㎞에 달하는 골목길을 자신의 몸집보다 큰 리어카를 끌었다. 새벽 3시경 신장동 일대를 다 돌아야 리어카를 채울 수 있지만, 다리의 통증이 지속되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할머니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