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하남시 미사동 경정장에서 만난 조모(61) 부인과 군에 입대한 아들, 대학교 3학년인 딸과 함께 성내동 월셋집에 살고 있다.

경기 양평에서 3대를 살아온 조씨는 지난 78년 농사를 그만두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줄곧 건설현장의 일용노동자로 살아왔다.

현재 목수일을 하고 있는 그는 일당으로 하루 15만원을 받고 있지만 비가 오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 가는 등 날씨의 변화가 많아 쉬는 날이 다 많다.

조씨가 경장장을 본격적으로 드나든 것은 지난 2010년부터..

그는 "일거리가 없는 날에는 미사리경정장을 이용하고 있으며 주로 택시운전자나 새벽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일용공들이 찾곤 한다"며 "1게임에 1~2만원 정도를 투자하 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십만원이상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제도 일이 없어 친구에게 10만원을 빌려 오전 12시께 부터 베팅을 했다"며 "경정장 출입 초기에는 돈을 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즈음은 잃는 날이 더 많고 어 제도 가지고 온 돈을 다 날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와 대화를 하던 중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조씨는 "집안형편은 말이 아닌데 일당을 경정장에 갖다 주고 아내에게 전화 받을 때가 가장 괴롭다"며 "비가 오고, 일거리가 없어 쉬는 날이 많아 열심히 일을 해도 한달에 100여만원 손에 들어오는데 그거 갖고는 도저히 살 수 가 없어 대박을 기대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락실 에 온다"고 말했다.

17년 동안 건설현장을 다니며 일했지만 남아 있는 것은 2000만짜리 월세 보증금이 전부라는 조씨는 다음 경주 게임을 해야한다며 다시 투표소로 향했다.

요즘 현장일이 없어 "집에 들어가면 나를 믿고 고생한 아내얼굴을 똑바로 볼수가 없어 경정장에서 마지막 경주까지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박 문화에 흥행하는 사행산업
한탕주의 만연 "경기침체 상관없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실업자' 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건설, 택시 등 일용직노동자들이 '대박'을 꿈꾸며 사행성 게임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미사리경정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분위기가 전해온다. 담배를 물고 배당판이 있는 곳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손에는 어 김없이 경정예상지가 들려있다. 

경주권 발매 마감 3분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순식간에 투표소에는  줄이 늘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쉴새없이 투표소를 옮겨 다니며 경주권을 구 입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남성이 이번 경주에 구입한 경주권은 총 55만원으로 10만원짜리 4장과 5만원짜리 3장으로 이미 구매상환액 10만원을 넘어섰지만 직원들로 부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관람장 주위에는 '구매상한액 준수'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안전요원들이 객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현재 영업중인 사행산업 게임장은 전국적으로 60곳에 달한다. 경마 경기장은 과천과 부산 제주 3곳에 , 경륜 경기장은 광명 창원 부산에, 경정 경기장은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 있다.

화상경마장은 전국 32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중인 장외발매소는 22개이며 이중 16개소는 경륜과 경정이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경마 7조2865억원, 복권 2조4712억원, 경륜 2조2238억원, 체육진흥투표권 1조7590억원, 강원랜드 1조1553억원, 외국인 전용 카지노 9196억원, 경정 7183억 원 순이었다.

이와함께 한국 성인의 도박중독률은 선진국에 비해 3~4배 높았고 이중 60만여 명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감위에서 도박중독 예방치유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2200여명이 센터를 찾았고 지난 한해 실적은 2212건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실적은 2233건으로 지난  한 해 전체실적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작년 상반기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사행사업체들이 도박중독 예방·치유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117여억 원으로 연간 순매출의 0.3%에 그쳤다.

이는 한국보다 도박중독률이 낮은 캐나다와 호주의 사행사업자들이 순매출의 약 2%를 예방·치유에 쓰는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감위 관계자는 "향후 도박중독의 예방,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전문적 서비스 제고에 크게 기여할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매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시점검과 사행사업자들이 참가하는 특별점검을 병행 실시해 사행산업이 건전한 여가 및 레저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