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선후를 두느냐에 따라 신뢰의 간극이 달라진다. 

특히 상대에게 실수를 한다면 사과가 응당 먼저되어야 한다. 

사과에 앞서 어떠한 핑계나 이유를 앞세운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진정한 사과가 아니며,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또 다른 공격일 뿐이다. 

지난 2월 8일 하남일보를 통해 "이현재 전 의원 기고문에 대한 하남시 입장"을 읽은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보육과 교육에 대한 하남시가 견지하는 태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남시는 나에 대해 반박을 하기 전, 학부모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였어야만 했다. 행정차질로 인해 고통받았고 지금도 곤경에 처한 학부모들에게 진실된 사과없이 자찬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남시의 입장으로 인해 하남시의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성토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 괴리에 대해 핑계를 대고 시민의 불편을 방치하기보다 제대로 된 사과를 통해 시민을 향한 존중을 증명하길 정중히 제안한다.

 또한, 문화일보의 이신우 논설고문은 2월 4일 [보육.교육 국가 책임 外 대안 없다] 라는 제목의 시론을 통해 인구 절벽의 해소는 초당적 과제이며 인구 감소의 복합적 요인 가운데서 사회의 빈약한 육아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육, 교육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이상 부부들에게 임신, 출산, 육아를 권할 수 없으므로 국가와 지자체가 진정한 아동 친화를 위해서 보육의 근본적인 책임을 인지하고 관리 개선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앞선 기고문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앞으로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남시의 보육, 교육의 방향도 참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그 방향은 언제나 시민이어야만 한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이 작품 속에서 와닿는 대사가 있기에 함께 나눠보려 한다. 

"전쟁이 나도 안없어지는게 학교야. 전쟁에 이겨도 학교가 없으면 지는거라고."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학생과 학교를 구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의 여지없이 피력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가치를 인정했기에 미래를 꿈꾸는 집단이라면 세우고 지키고자 했던 학교, 그리고 학교를 학교답게 만드는 학생들의 존재에 대한 존중이 흐려진 작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밀리데이 등을 통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복지의 저변을 넓히려고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워라밸이라는 신조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며 개인의 시간을 늘리기 위하여 거주지의 조건으로 직장과 가정의 거리가 가까운 "직주근접"을 선호한다. 

하물며 청소년들에게는 어떠할까. 학교와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학주근접"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만 할 요소이다.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교과목 학습뿐만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내용을 오랜 시간 머무르며 체득하는 곳이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능동적인 존재로서 삶을 구성하는 법을 익히는 공간으로 국가의 기반이 바로 학교이다. 

그렇기에 전쟁 가운데서도 학교는 세워지고 지켜지는 것이다. 고인이 된 이태석 신부의 말을 전하며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글을 읽은적이 있다. 

내전이 한창이던 수단에 파견된 이태석 신부는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라며 학교를 지었다고 한다. 그 결단으로 제자들 중 57명이 의사, 의대생으로 성장하여 수단의 의료환경을 개선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학교는 이렇게 미래를 꿈꾸고 이룰 수 있도록 만드는 공간이 된다. 그러므로 학교의 필요성을 읽는 눈과 마음으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원하는 중, 고등학교 신설의 간절함을 공유한다. 
미사의 교육 환경을 도약하는 한 해로 올 2022년이 분기점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2022년 2월 15일

전 국회의원 이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