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인 줄 모를 리가 없는데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워대네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20분께 하남시청 앞 미관광장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은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들은 얼굴을 찡그린 채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장한 체격의 남성에게 주눅이 들어 결국 말을 하지 못했다.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하남지역의 금연구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보건당국의 단속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금연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감독 단속해야 할 시청 청사안에 흡연 후 버린 담배꽁초가 나뒹굴고 있어 단속의지마저 의심케하고 있다.

4일 하남시에 따르면 하남시 도시공원을 비롯, 음식점, 대형건물, 사회복지시설 등 3378개소를 금연시설과 구역으로 지정하고 지난 6월 2명의 금연지도원을 채용해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역할 및 권한에 비해 안전매뉴얼의 부재 등이 소극적 지도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에게는 현장에서 흡연자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현장에서 곧바로 적발해 확인증을 발부하고 과태료 부과를 위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부여됐지만 허점들이 드러나면서 ‘있으나마나 한 제도’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 관련 인력이 2명밖에 되지 않아 수천 곳에 이르는 업소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할당량이 정해져 있지 않아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연지도원들에게 적발할당량이 없고 일일이 따라다니며 금연 홍보활동에 대한 감시도 없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금연지도원 제도 시행의 목적은 단순히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아닌 금연 환경 조성"이라며, 시행 초기인 만큼 당분간은 과태료 부과 대신 홍보 및 계도 기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남시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4570개 공중이용시설과 공공이용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했지만 흡연자 단속건수는 단 18건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