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결혼 10년차 주부인 이모씨(39)는 어린이집에 매달 아들 부모부담보육료를 낼 때마다 부담을 느낀다.

어린이집 측에서 카드결제를 외면해 20여만 원씩 내는 돈을 45만원씩 내는 돈을 매번 현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인 이 씨는 자신의 통장에서 적금·보험료, 각종 할부금, 아파트 대출금 등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돈은 30여만 원가량에 불과하다. 축의금과 부의금 등 현금을 써야 할 곳도 매달 10여만 원으로 아들의 보육료를 구하기가 빠듯해진다.

#2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김모(37)는 매달 부모부담보육료를 구하느라고 동분서주한다. 부모부담보육료가 25만원에 달하지만 카드를 받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  김씨는 "카드결제를 요구했지만 어린이집은 비영리 교육단체라 카드결제 의무대상이 아니라며 무조건 현금결제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딸아이 보육료는 물론 각종 교재비 등 부대비용까지 모두 현금으로 내야 해 돈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을 때도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하남지역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정부지원 보육료 외에 매달 20~30만원에 달하는 부모부담보육료를 현금으로만 받고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교육기관의 경우 카드결제가 의무화되지 않다 보니 매출이 잡히지 않아 카드수수료 부담도 덜 수 있를뿐 아니라 세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다니는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의한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이들은 비영리 교육기관의 경우 소득세법상 비과세 소득자로 분류돼  카드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것.

다자녀 가정에 실질적인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려고 정부가 시중은행과 손잡고 내놓은 신용카드도 사립은 물론 공공 보육시설들의 외면 속에 빛을 잃고 전액 현금으로 유통된다.

보육시설의 겨우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이 자율적으로 되어 있고, 비영리재단의 특성상 수익구조가 노출되는 것에 극히 민감해 보육시설들이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학부모 최모(40 하남시 신장동)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로 결제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보육시설은 원래 카드결제는 받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라는 답변이었다"며 "대학등록금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데 유치원 학비는 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어린이집 관계자는 "우리만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어린이집이 신용카드 결제는 안 된다"면서 "신용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전혀 없었다. 앞으로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광주세무서 관계자는“현행법상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소비자 상대 업종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받지 않더라도 불법이 아니다”라며 “대학 역시 여론에 몰려 신용카드 결제를 받는 것이지 거부해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